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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이금주 선생님yeah... 2014 2014. 1. 25. 18:11
작년에 만난 가장 인상적인 분, 이금주 선생. 94세셨던가..
할머니,라는 친근한 어미 대신 이금주 선생님이라고 칭한다.
태평양전쟁 유족회장이셨고, 그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패소가 불보듯 뻔한데도 일본의 재판소까지 오가면서 그 어려운 시절을 다 견뎌오신 분이다.
이제는 치매가 그녀와 동행하고 그녀는 자주 했던 말을 되풀이하셨다.
승합차에서 내릴 때 다리가 불편한 선생을 내가 안고 내려드렸다. 그녀는 환히 웃으며 '훨씬 수월하니 좋소, 고맙소'라고 품위있게 응대하셨다.
박완서 선생이 말년에 '육신은 고옥의 처마처럼 누추한데, 마음은 청춘이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을 때, 발칙하게도 나는 박완서선생님이 여자로 느껴졌다.
이금주선생님도 마찬가지, 치매조차 그녀의 여성적 품위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작년 11월, 건강이 안좋으신 이금주 선생님 같은 분을 요양원에 둘 수 없다며 이금주 선생을 존경하는 재일 동포가 그녀를 일본으로 초청해서 손녀와 함께 갔으나,
웬일인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셨다. 담양의 요양병원에 있는 걸로 안다.
그녀의 꼼꼼한 글씨체로 적힌 수십장의 고소문이나 유족회 서류....
삶이 과연 존엄한가...를 자꾸 따지는 나를 부끄럽게 했던 어르신.
근로정신대할머니를 돕기 위한 모임의 이국언 사무국장, 그 분은 이금주 선생을 만나면서 직장도 때려치우고 그 일에 뛰어들게 했다.
광주에도 어르신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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