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이비가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것 처럼,
영화 돼지의 왕 역시 좋았다. 거친 형식- 특히 세련되지 않은 원화-이 갖는 미덕도 있더라. 날 것의 혹은 치장되지 않은 진실.
역시 내용없는 사상없는 세련됨, 스타일리쉬는 공허하다.
오후에 잠깐 다큐멘터리 '색 - blue''의 끝부분을 봤는데... 정말이지 공허했다.
물론 누군가는 감정의 카타르시스, 색깔이라는 것의 메타포에 대해 다기다종의 상상력을 펼치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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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선생의 여전한 '반엠비 반박그네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진보의 건설이다, 노무현 김대중의 신자유주의노선하에 노동자들은
엠비시절 그네시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을 지켜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김규항선생의 생각에 전폭적으로 동의-진실의 드러냄에 있어서는 용기-하면서도 역시 무언가 부족한 무엇이 있다.
그가 과거 자신의 말을 마치 성인의 아포리즘을 편집하는 편집자차럼, 괄호열고 몇년도..하는 식으로 자신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정말이지 이상하고 이상하다.
가만 생각해보니..그의 그런 방식은 일종의 논거 논문 형식인데.. 철저히 자신의 사고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벽으로 보인다.
그의 근엄한 프로필사진 역시 자전거를 타는 자신의 모습 이상으로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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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술은 어설픈 위안과 젊은 후배에 대한 약간의 질투가 섞이는 바람에 머리가 아팠도다.
그리하야 늦게 일어났고 당직에 늦어서 청경 선배들에게 좀 미안했고
점심 산다고 했다고 오히려 점심을 얻어먹는 실수도 했다.
나오미 와츠의 '더 임파서블'을 띄엄띄엄 봤고,
잠깐 들른 최선배와 이러저런 얘기하는데 장본과 모 선배 얘기는 웬지 나를 떠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든 말든.. 알 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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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커피를 마셔도 담배가 땡기지 않는구나.
편지를 쓰고 싶으나 그다지 의욕이 없다.
수신인 없는 편지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