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비가 왔다네 꽃들은 망했네.
    avec 2018 2018. 4. 4. 21:28

     

    - 친애하는 노군이 아끼는 소사나무. 나무마다 저마다의 성질과 성격도 다채롭더라.

      어떤 녀석은 잎을 울창하게 달고 있는가하면 어떤 녀석은 이제서야 간신히 잎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소사들은 저 장쾌한 숲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이런 독특한 등나무는 보통 오랫동안 분재를 가꿔오다가 이제 더이상 분재를 키울 여력이, 체력이 안되는 노인들이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식물은 동물보다 더 오래 산다. 확실히.

      인간이 억울하거나 안타까워할 이유도 없다.


     - 무엇보다 오늘 본 나무 중 가장 뛰어난 나무는 최근 들여온 배롱나무.

       저렇게 잔가지들이 자유자재로 춤을 추는 배롱은 본 일이 없다.

       내가 그렇게 말하니 노군 역시 그렇다고 말한다.


     

    .


    -  노군 그리고 체격이 작고 선한 미소를 띈 또래의 남자와 함께 차를 타는데, 뒷좌석에 올라타며 남자가 말한다. "아이고..내 신발이 너무 더러워서..."

       노군이 말한다.  "신발 더러우니까 밖에 털지 말고 차 안에 털어브쇼, 밖에 털면 더러워지니께"

       누군가 노군에게 전화한다.

       노군이 말한다. "대출받아서 점심 먹으러 가요" 

       누군가가 전화기 너머로 비 많이 오냐고 묻는 듯

       그러자 노군이 "내 마음에도 비가 오요" 

     

        나무를 좋아하는 노군. 노군과 같은 수컷은 사실 부러울 게 하나도 없는 수컷이다.

        제 욕망에 정확히 충실하고 그외의 욕망엔 초연하다는 것, 더군다나 그의 욕망이 다른 사람의 질시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니 견줄 바 없다.

        개발에 편자같은 내 욕심과 비교하면 더더욱.

      

         이런 날 실컷 구경한 것 만으로도 충분.

    'avec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요코즈나의 몰락...  (0) 2018.09.26
    늙은 남자의 자만  (0) 2018.04.20
    비 오는 날의 최후  (0) 2018.04.06
    꿈의 스펙터클  (0) 2018.04.05
    바람불어 좋은 봄날  (0) 2018.04.0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