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2005년 전후 부터 시작이었다. 삽십대 중반, 스스로 체력적으론 생의 절정에 달해있으나 이제는 내리막길을 탈 것이다는 예견을 하면서
앤디 훅에게서 느껴지는 '싸나이'가 자극했고, 이후 미르코 크로캅이나 표도르 같은 선수들의 경기 역시 빠짐없이 몇번씩 챙겨보고
나중에는 어느 정도 안목까지 갖추게 되긴 되더라. 프라이드 에프시와 유에프시로 관심은 옮겨가면서도 2009년 서울에서 홀로 케이-1 그랑프리를 볼 때까지 계속 됐다.
일종의 도피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못한다. 나를 괴롭히는 어떤 일 때문에 또한 내 본업에 대한 관심이 덜해지면서 그런 경향은 더 해졌는지 모른다.
나중에 격투기(씨름을 포함한)에 대한 단상을 정리해볼 생각도 있다.
메이 웨더와 파키아오의 복싱. 복싱에 관심이 없지만, 메이웨더는 컴퓨터 게임하듯 포인트 적립형 복서였고, 파키아오는 그 특유의 인파이팅 스타일을 더 적극적으로
밀어부치진 못하더라. 파키아오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재미는 없는(핸드폰으로 띄엄띄엄 봤지만) 경기였고, 다소 저질스런 발언만 쏟아내는 메이웨더라는
한 스포츠스타와 프로모터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듯 하다. 그에 비해 미르코 크로캅과 표도르의 경기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하는 최고의 명승부였다.
디엔에에이에 각인돼 있는 폭력과 야만은 스포츠라는 부드러운 야만으로 순화돼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축구나 야구가 더 폭력적이라는 생각도 한다.
또는 격투기를 배우고 싶었던 ( 어느 무당이 나에게 지적했듯 ) 내 성향과도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