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됴비됴

랜드 오브 플렌티 - 빔 벤더스 ★★★★★

dahmshi 2005. 11. 20. 22:59

* 광주극장이 없다면 광주가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한다. 광주는 더 이상 광주가 아닐 것이다..

광주극장에서는 지금 빔벤더스 영화제를 하고 있다.

---------------------------------------------------------------------------

[랜드 오브 플렌티](Land of Plenty, 2004)

 

"9.11 이후"의 미국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에게 구원의 가능성은 있는가?
..........중략..........

월남전에 참전했다 고엽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폴(John Diel 분)은 9.11 이후 자신의 조국을 테러리스트들이 노린다고 생각하고 매일매일 고물 밴에 각종 감시 장비를 부착하고 시내를 순찰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너무나 진지하여 도리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데, 사실 평생토록 군대에서 영영 제대하지 못하고, 빨갱이나 공비들을 잡아 죽이는 것을 자신의 역사적 사명으로 느끼는 군인들을 우리 역시 주위에서 적잖게 보아왔기 때문에, 폴은 오히려 대한민국 관객에게는 꽤나 익숙한 캐릭터다.

폴의 조카 라나(Michelle Williams 분)는 앞 세대의 장점만을 물려받은 스무살 처녀다. 라나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선입견 없는 열린 자세로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를 강인하게 단련할 줄 알며, 또한 진심어린 의사소통의 방식을 체득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랍 지역을 돌며 성장한 그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미국인과 미국을 미워한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그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사실도 안다. 그녀는 주저앉아버린 무역 센터 빌딩과 그 밑에 깔려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슬퍼하고 애도할 줄도 알지만, 그 수천명의 죽은 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더이상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공통점이 별로 없는 두 사람이 만난다. 잘 될까? 도대체 대화도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우연히도 라나가 일하는 노숙자 쉼터 앞에서 한 아랍인이 (정확하게 말하면 파키스탄 인이) 지나가던 차에서 쏜 총에 맞아 즉사한다. 공교롭게도 라나는 하싼이라는 그 남자를 노숙자 배식 센터에서 만난 적이 있고, 폴은 그가 세제로 폭탄을 만드는 테러리스트 집단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배후를 캐던 중이었다. 불쌍하게 죽은 하싼을 가족(이복형)에게로 데려다 줘야 한다는 라나와 헨리 목사의 의도와, 하싼의 집으로 가서 뭔가 테러에 관련된 단서를 잡아야겠다는 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라나와 폴은 하싼의 시체를 밴에 싣고 트로나로 향한다.

사막 한 가운데의 보잘것 없는 도시 트로나에서 그들이 만난 사람, 그들이 본 것, 그들이 느낀 것은 두 사람 사이에 일정한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폴은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던 완고한 공포의 껍질을 깨고 나올 계기를 마련하며, 라나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조국에 다시 돌아와 정착할 심정적 기반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들은 미대륙 횡단 여행을 떠난다. 진실과 구원의 가능성을 찾아서. 어쨌든 공포에 굴복하거나 자포자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시나리오만 보자면 꽤나 도식적이고 뻔한 스토리여서, 갑작스러운 감동이 밀려온다든가, 반전에 뒷통수를 맞지는 않는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썩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별 힘들이지 않은 듯한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긴밀한 느낌을 주는 핸드헬드 카메라, 노숙자들이 우글거리는 황량하고 거친 LA의 도심지와 끝없이 건조하게 펼쳐진 사막 풍경은 미국이 그 풍요의 외피로 슬쩍 가려두고 있는 황폐하고 두렵고 막막한 속내를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빼어난 부분은 음악이다. 취향에 따라 달리 느낄 수도 있겠으나,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평범한 이야기를 비범하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이다. 어쩌면 이 영화 전체가 노래들을 위한 뮤직 비디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대목에서 미국 대륙을 몇분 안에 나르듯 일주하며 흘러나오는 레너드 코헨의 음성도 마음을 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노래들도 꽤 괜찮다. David Bowie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라나가 처음 폴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Travis의 "The Beautiful Occupation"이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Radiohead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Thom & Nackt라는 독일 밴드의 노래들이 좋아서, 영화를 보고 OST 음반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매우 오랜만에 해보았을 정도다.

------------------------------------------ 이상, finching님의 평 중에 발췌.


뭐랄까....'헸또가 우측으로 완죤히 비뚤어진' 미국인을 이렇게 따스한 시각으로 감싸다니...빔 벤더스의 무게가 느껴진다......그리고, 또라이 미국인을 구원해주는 라나 역의  미쉘 윌리엄스는 [어둠속의 댄서]의 주연, 가수 비욕을 닮은 거 같다..아니, [세 가지 색 레드]레드에 나왔던...이렌느 야곱...?? 하여튼, 빔벤더스가 고르고 고른 여배우이겠지.. 근데, 왠지 인종이 섞인 프랑스여성같은 느낌이 강하다...

Michelle Williams and Wim Wenders during the filming of LAND OF PLENTY (2004). The film's title was inspired by a Leonard Cohen song.

 

* 잡념

- 크레딧 올라가는 중에 프로듀서로 IN-AH LEE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한국인이 아닐까?.

- 서양문명이 왜 천박할까? 천박할 수 밖에 없는가? 동양을 무시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이런 생각 저런 생각했다...

- 나는 finching님처럼 음악에, 내가 좋아하는 레오나드코헨에 생각보다 집중하진 않았다.

왜냐면, 미쉘 윌리엄스의 이미지 자체가 음악같았다..?  구원의 여성상을 연기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겄쥐....

 

 - 에또, 애플사의 상아색 노트북...무쟈게 이쁘구만...갖고 싶다..

 

빔벤더스에게 영감을 준 코헨 아저씨의 노래가사..코헨 아저씨...작년엔가 tv다큐를 보니까 어느 절(아마 동남아 소승불교 사원인 듯한)에서 수행하던데...참 재밌는 사람이다..

 

Land of plenty-레오나드코헨

 

Don't really know who sent me
To raise my voice and say:
May the lights in The Land of Plenty
Shine on the truth some day.

I don't know why I come here,
Knowing as I do,
What you really think of me,
What I really think of you.

For the millions in a prison,
That wealth has set apart  For the Christ who has not risen,
From the caverns of the heart 
For the innermost decision,
That we cannot but obey -
For what뭩 left of our religion,
I lift my voice and pray:
May the lights in The Land of Plenty
Shine on the truth some day.

I know I said I뭗 meet you,
I뭗 meet you at the store,
But I can뭪 buy it, baby.
I can뭪 buy it anymore.

And I don뭪 really know who sent me,
To raise my voice and say:
May the lights in The Land of Plenty
Shine on the truth some day.

I don뭪 know why I come here,
knowing as I do,
what you really think of me,
what I really think of you.

For the innermost decision
That we cannot but obey
For what뭩 left of our religion
I lift my voice and pray:
May the lights in The Land of Plenty
Shine on the truth some day.


-- 빔벤더스의 희망은 그런 라나같은 구원일까, 혹은 자포자기적 희망일까...무엇이 옳은것일까.

 

======================================================================

 

사족-

검색하다보니,  랜드오브플렌티 라는 표제의 판화도 있다..아주 아주  좋다.

 

Lucienne Bloch  Land of Plenty, c.1935  woodcut
This is her strong social commentary on the 1930s with a destitute family separated by barbed wire from those towering power lines and fields of tall corn. Bloch, a daughter of composer Ernest Bloch, worked with Rivera on his ill-fated Rockefeller Center fre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