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결사

수심결9-칠판과 칠판 위의 그림

dahmshi 2023. 5. 20. 23:39

정신없이 한 주가 지나갔다.  특집 편집 검수(하다 말았고, 미완인 채로 후배는 보따리 싸들고 본사로 갔다)하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다행히 프로그램은 바이럴이 상당했고, 담당cp도 전국의 몇몇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성실한 후배 덕분에 선배가 으쓱해진 셈. 

(그러고보니 나는 좋은 프로그램에 대해, 잘했다고 전화를 걸어본 기억이 없다. 매정한게 아니라..멍청했다)

그래도 녀석은 변함없이(사실 놀랐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항상 그랬던 것 처럼

구석자리에서 평소처럼 무언가를 읽고 있다.

마치 선승 같다.

나라면 아마 늘어지게 잠을 자고 천천히 출근했을 것이다.

아직 어리지만(생각해보니 벌써 32구나) 마음이 들뜨거나 침울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쇼벨씨는 나이 일흔다섯에 여전히 전장을 누비는 사진 기자다.

그에게 이 생애는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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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꿈.

어느 방에 일필휘지로 그려진 동양화(마치 중국 치바이스의 작품 같은)들이 걸려 있다.

'염창희'라는 무명화가의 그림인데, 사후에 그림이 인정되어 얼마 남지 않은 유작들이 엄청난 가격이 매겨져 있다,는 얘기.

그런데 그 방으로 들어가려는 거대한 황소가 있다. 황소는 제 방이라며 떼를 쓰며 콧김을 내쉬며 들이대고 있는데

배우 유해진을 닮은 내 친구가 엄청난 힘으로 황소를 막고 있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지 모르는데 막고 있다.

: 이 꿈은 목우도를 몇 번 생각한 잔재가 연출한 씬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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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에서 근무하는 후배가 래광하여 저녁 함께 했다.

오랜만에 이러저런 잡담을 했는데, 나는 그녀에게 '권력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권력이 되어라 다만 조직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다면 조용히 살아라'...라고 조언아닌 조언을 했다. 그게 조언인 이유는, 내 조언의 내용이 타당해서가 아니라 그녀는 그런 지지를 받고 싶어하는 거 같아서였다.

여튼 최근 마음공부하고 있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그녀에게 현실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듣고 있는 내가 살 떨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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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을 먹어도 몽롱한데...

오늘 저녁은 아예 약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 s는 지금 요양병원에서 몰핀을 맞으며 생사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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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결 9는 주중에 마당일을 하면서 들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앞부분을 다시 듣는데 몽지 선생 말씀하시네.

'밖에서 찾지 말라는 것은 안에서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