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c 2018

바람불어 좋은 봄날

dahmshi 2018. 4. 3. 20:57

아침에 광주일보 1면을 보고 놀란다.

최근 뉴스를 거의 따라잡지 않고 풍문 처럼 이나라의 뉴스를 소비했더니..놀란다.

육중한 덩치의 북한 권력자와 그 부인이 한국의 대중음악 공연단과 함께 찍은 사진.

그를 둘러싸고 하얀 무대의상을 입은, 혹은 염색머리의, 혹은 까만 뿔테의 윤상씨가 혹은 접시꽃 장관 도종환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낯설다. 권력자의 실체 중 하나는 고모부를 고사포로 살해한 '심리가 불안한' 혹은 그렇게 알려진, 수 많은 정적들을 살해한, 무서운 정치인 아닌가?  옆에 서 있는 '남측' 인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떨고 있을까? 역사적 기념비적 만남이 좋아서? 아니면 살기가 느껴지는 그가 무서워서? 

이 땅의 버라이어티한 정치뉴스는 너무 점프컷과 같아서 편집이 혼란스러운 타임라인 같다.

모두들 잘도 적응한다.

--------


 애완견과 함께 하는 삶은 훨씬 다채롭다. 항상 애인을 구하는 모씨에게 제발 관두고 강아지 한마리 입양하시라 권하고 싶다.

산책이 있는 삶으로 들어선다...


---


나주 드들강 솔밭유원지.


유원지에 들어설 때 마다 영화 '박하사탕'이 떠오르는데...생각할 수록 그보다 더 모순적이면서도 한국적 로케이션이

있을까 싶다. 오늘도 소나무 그늘 아래에선 기독교 신자들이 연합집회를 하고 북을 치고 공연을 하고 장기자랑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들을 피해 멀치감치 자리를 잡았고 나는 숯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무이마트에서 사온 돼지목살은 너무 얇았고, 고기가 흐물흐물해서 도저히 석쇠 위에 구을 수 없었다. 품질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유쾌하게 그럭저럭 얘기를 이어나갔고, 결혼을 앞둔 Y의 남자친구에 대한 유쾌한 잡담들이 그나마 끊이지 않고 실실 떠다녔다. 트렁크에 있던 꼬냑을 후배 P와 함께 다 비웠고,  자리를 파하고 나오는데 K작가의 최신 핸드폰이 없어진 걸 알았다. 유턴해서 유원지의 화장실 등을  찾았지만 결국 없어졌다. 나중에 위치추적을 한 결과 누군가 들고 화순쪽을 이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걸 들은 피선생은 '잼나는 세상'이라고 했지만.

저장된 수많은 전화번호 자체가 재산인 김은 바람불어 좋은 봄날이 갑자기 악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위치추적으로 둥둥둥 떠다니는 그의 핸드폰은, 실은 강물위로 둥둥둥 떠나가는 걸 발 동동 거리며 보는 꼴이 아닐까.


조금전 모씨가 다음주 있을 국부장 인사에 대해 묻는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당췌 다음주쯤에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거도 모르고 있었으니 그가 한심해할 만 하네.

누군가는 수근댈 때 나는 정무감각 제로 상태로 기우는 달이나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 전 학창시절, 먹물 티나는 글을 쓰길 좋아했던 동아리 후배의 어떤 평론에서 본.."도저한 물성".

하..도저한 물성이라니. 스무살 짜리의 글치고는 참...우습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문득 달을 보고 '도저한 물성'이 벼락처럼 느껴지는 것 같더라.


바람 불어 좋은 날이지만 아는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