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사유한다는 것 - 유로파 리포트
2013년엔 워낙에 압도적인 영화가 나오긴 했다.
쉰을 넘긴 산드라 블록의 탄탄한 몸뚱이(를 만드려고 어떻게 기를 쓰고 노력했을까라는 상념이 끊임없이 지배했지만)가 무중력에서 어떻게 떠다니는지 극사실(이라는 말도 우습지만)적으로 체험케해주는 [Gravity] 말이다. 지구 겉 표면의 대기권 아래(사실상 사과 껍질 같은 그 얇은 공간에)가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극단적으로 이상한 공간인지 알게해주는!
그러나 개인적으론 그래비티 보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레이션을 맡은 [Hubble 3D]가 훨씬 더 좋았고,
이 영화 유라파 리포트[Europa report] 역시 아래 장면들 때문에 좋았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 표면에 얼음이 녹은 듯한 균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것이고... 얼마전엔 토성의 한 위성에서인가.. 수증기가 분출되는 장면을 허블이 촬영했다는 뉴스를 보기도 했다.
- 유로파에서 보는 모행성 목성과 태양.. 이겠지. 지구를 벗어나면 모두가 철학자가 될 수 밖에 없다.
- 유로파에서 발견되는 생명의 흔적.
- 그래비티 처럼, 영영 우주 고아가 되는 우주인.
어떤 창조론자(라는 말이 얼마나 어폐가 있는지 따지기도 귀찮지만)가 과학자들도 창조론을 지지한다는 근거로
finely tuned universe, 즉, 미세하게 조정된 우주를 이야기하는 과학자들 인터뷰를 모아놓고, 물리학의 갖가지 상수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 조금의 오차도 없이 존재할 확률이 10의 120승분의 1이라고 하는 것을 근거로,
과학자들도 어떤 신적인 존재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더라, 면서 신의 손길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것을 봤다.
내 머릿속에서는 우주와 진화와 창조론(물론 인격신의 창조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이 별반 부딪히지 않는다.
그런 쓰잘데 없는 논쟁으로 생을 낭비하기도 싫고.
다만 무극과 태극에서 우주만유가 존재가 발생했든 안했든간에,
인간은 존엄하게 살아야할 뿐이다, 는 것은 자명하다, 너무나.
다만 그것이 문제이지 종교 따위나 지적설계론이나 진화론의 논쟁은 아무 의미조차 없을 수도 있다.
그저 시공을 사유하면 우리는 겸손해지며 바르게 살고 싶고 더더욱 약한 자들의 편에서 살고 싶기 때문에.
그래서 과학도 공부하는 것 아닌가....
이 사회의 인문학의 위기도 별거 아니다, 과학을, 더 쉽게 말하면 논증과 논리를 외면하기 때문이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관심 혹은 경외심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고', 그러므로 과학은
세상을 외면하지 않으며 인문학의 기초가 된다,고 거칠게 축약하면 그렇다.